사고가 나서 차를 정비소에 맡기면 바로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고치는 동안 출퇴근은 뭘 타고 하지?" 현장에 온 견인차 기사나 렌트업체 직원이 "렌트비는 상대 보험사에서 다 나와요"라고 말하면 그대로 믿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 말은 언제나 맞는 말이 아닙니다.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수리가 길어지거나, 자차로 처리하는 사고라면 렌트비 일부를 내 돈으로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대물배상 지급기준(대차료·휴차료), 금융감독원의 2022년 친환경차 대차료 기준 개선과 2026년 2월 렌트비 소비자 유의사항 안내, 2026년 8월 대법원 판결, 렌터카공제조합이 공개한 지급기준을 바탕으로 '수리 기간의 이동 비용'을 얼마나, 어떻게 받는지만 따로 정리했습니다. 사고 현장 대처 순서와 보험료 할증은 다른 글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렌트비와 교통비에 집중합니다(2026년 10월 확인 기준).
핵심 요약
- 상대 차 때문에 내 차(비사업용)가 부서졌다면, 상대 보험사 대물배상에서 수리 기간 동안 '대차료(렌트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준은 배기량·연식이 비슷한 동급 차량 중 최저요금 차량의 통상 요금입니다.
- 렌트를 하지 않으면 그 렌트비의 35%를 교통비로 현금 받을 수 있습니다.
- 인정기간은 정비업체 입고부터 수리 완료까지이며 보통 25일이 한도, 실제 정비작업시간이 160시간을 넘으면 30일, 수리 불가(폐차)는 10일입니다. 부당한 수리·출고 지연은 빠집니다.
- 쌍방과실이면 내 과실 비율만큼 렌트비를 내가 부담합니다. 교통비는 과실만큼 상계한 금액을 받으므로 따로 낼 돈이 생기지 않습니다.
- 자차 단독사고나 자차 일방과실 처리, 미수선수리비(현금)로 받고 수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렌트비가 나오지 않습니다.
🚗 아이에게 한 줄로 설명하면
친구가 네 자전거를 망가뜨렸으면, 고치는 동안 비슷한 자전거를 빌려 탈 돈을 친구가 내 줘야 해. 대신 빌리지 않고 걸어 다니면 그 돈의 일부만 받아. 그런데 너도 같이 부딪힌 거라면, 네 잘못만큼은 네가 내야 해.
대차료, 휴차료, 교통비는 어떻게 다를까
보험 용어가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기준은 '내 차가 어떤 차냐'와 '렌트를 했느냐'입니다. 셋 모두 사고 상대방(가해차량) 보험사의 대물배상에서 나오는 간접손해 보상입니다.
| 구분 | 대상 차량 | 보상 내용 | 인정기간 한도 |
|---|---|---|---|
| 대차료(렌트) | 비사업용(자가용, 이륜차 등) | 동급 최저요금 대여차량의 통상 요금 | 수리 25일(작업 160시간 초과 시 30일), 폐차 10일 |
| 교통비(미대차) | 비사업용 | 위 렌트비의 35%를 현금 지급 | 대차료와 같음 |
| 휴차료 | 사업용(택시·화물차 등, 건설기계 포함) | (1일 영업수입 − 운행경비) × 휴차일수, 증빙 없으면 보험개발원 휴차료 일람표 금액 | 수리 30일, 폐차 10일 |
대여차량이 없는 차종(일부 화물차·특수차 등)은 휴차료 일람표 범위에서 실제 임차료를 인정하고, 렌트를 하지 않으면 그 일람표 금액의 35%를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자영업자가 영업용으로 쓰더라도 번호판이 자가용이면 휴차료가 아니라 대차료 기준을 따른다는 점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동급 최저요금'은 어떤 차를 말할까
표준약관은 대차료를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자동차를 빌리는 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으로 정하고, 동급을 '배기량, 연식이 유사한 차량'으로 설명합니다. 같은 모델, 같은 브랜드를 보장한다는 뜻이 아니라, 비슷한 크기의 차 중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이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배기량만 보면 불리해지는 차들이 있어서 금융감독원은 2022년 10월 11일부터 기준을 고쳤고, 2023년 1월 1일 시행 표준약관에 친환경차 대차료 기준을 명확히 반영했습니다.
| 차종 | 개선 전 | 개선 후(2022.10.11~) |
|---|---|---|
| 전기차 | 배기량이 없어 2.2 수준 대형차가 최대 한도 | 모터 출력 390kW 이상은 초대형(예: G80 3.3, K9 3.3) 기준 신설 |
| 하이브리드 | 엔진 배기량만 반영 | 같은 모델 내연기관차 기준(예: K8 1.6 하이브리드 → K8 2.5) |
| 다운사이징 엔진 | 작은 배기량으로 산정 | 같은 모델 일반 엔진 기준(예: K5 1.6 → K5 2.0) |
| SUV | 세단 기준으로 지급 | 동급 SUV 최저 대여요금 한도 |
'통상의 요금'도 렌터카 회사가 홈페이지에 걸어 둔 공시요금 그대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보험사 실무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실제로 내는 합리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렌트업체와 보험사 사이에 요금 분쟁이 자주 생깁니다. 렌트를 직접 고른다면 보험사가 인정하는 요금 수준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며칠까지 인정될까: 25일, 30일, 10일
대차료 인정기간은 사고 날부터가 아니라 '정비업체에 차를 맡긴 때부터 수리가 끝날 때까지'입니다. 금융감독원도 2026년 2월 안내에서 정비업체 입고 전에 빌린 렌트비를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아 피해자가 직접 부담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 수리하는 경우: 수리 완료까지 걸린 기간을 인정하되 25일이 한도입니다. 실제 정비작업시간이 160시간을 넘는 큰 수리는 30일까지 인정됩니다.
- 수리할 수 없는 경우(폐차 등): 10일이 한도입니다. 새 차를 알아보는 동안의 이동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빠지는 기간: 부당한 수리 지연이나 출고 지연으로 늘어난 기간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25일이 '무조건 주는 기간'이 아니라 '최대 한도'라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손상 정도에 맞는 통상의 수리기간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가벼운 판금·도장은 며칠만 인정되는 일이 흔합니다. 수입차 부품을 기다리느라 수리가 길어지는 경우에도 분쟁이 생기기 쉬우니, 입고할 때 정비업체에 예상 수리 일정과 부품 입고일을 받아 보험사와 미리 공유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금감원 표준안내문도 "통상적인 수리 기간을 넘기면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렌트를 할까, 교통비 35%를 받을까
렌트를 하지 않으면 동급 렌트비의 35%를 교통비로 받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금감원은 사고 뒤 차를 거의 운행하지 않거나, 입원 등으로 운전이 어려운 경우에는 교통비가 유리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집에 다른 차가 있거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우도 비슷합니다.
과실이 걸려 있으면 차이가 더 커집니다. 렌트를 하면 렌트비 전액이 먼저 청구되고, 과실비율이 확정된 뒤 내 과실분을 내가 내야 합니다. 반면 교통비는 처음부터 과실만큼 빼고 현금으로 받으니 나중에 청구서가 날아올 일이 없습니다. 금감원 사례에서도 과실 분쟁 중에 "나중에 보험금으로 다 나온다"는 렌트업체 말만 믿고 렌트를 했다가, 쌍방과실로 확정돼 자기 과실분 렌트비를 직접 낸 피해자가 소개됐습니다.
계산 예시: 과실 20%일 때 렌트와 교통비 비교
계산 예시: 동급 최저요금 하루 80,000원, 수리 7일, 과실비율 상대 80 : 나 20 (가정)
A. 렌트를 한 경우
① 렌트비 총액: 80,000 × 7일 = 560,000원
② 상대 보험사 지급(상대 과실 80%): 560,000 × 0.8 = 448,000원
③ 내가 부담(내 과실 20%): 560,000 × 0.2 = 112,000원 (검산: 448,000 + 112,000 = 560,000)
B. 렌트를 하지 않은 경우(교통비)
① 교통비 기준액: 560,000 × 35% = 196,000원
② 과실 상계 후 받는 돈: 196,000 × 0.8 = 156,800원 (따로 낼 돈 없음)
C. 수리가 28일 걸렸고 정비작업시간은 160시간 이하인 경우(과실 0 가정)
① 인정 한도: 25일 → 80,000 × 25 = 2,000,000원까지 보상
② 초과 3일: 80,000 × 3 = 240,000원은 보상받기 어려움 (검산: 2,000,000 + 240,000 = 2,240,000 = 80,000 × 28)
하루 요금과 과실비율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입니다. 실제 금액은 차종별 동급 기준, 보험사가 인정하는 통상 요금, 확정된 과실비율, 인정된 수리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도를 넘긴 기간이라도 부당 지연이 아니라는 사정이 있으면 보험사와 협의할 여지는 있습니다.
A와 B를 나란히 놓으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이 예시에서 렌트는 11만 2천 원을 내고 차를 쓰는 선택이고, 교통비는 15만 6,800원을 받고 차 없이 지내는 선택입니다. 두 선택의 차이는 26만 8,800원(112,000 + 156,800)입니다. 일주일 동안 차가 꼭 필요한지, 그 차이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보면 됩니다.
렌트비가 아예 안 나오는 경우
- 자차 단독사고: 기둥이나 구조물에 부딪힌 사고는 상대방이 없으니 대물배상 대차료가 없습니다. 자기차량손해 담보는 수리비만 보상합니다.
- 자차 일방과실 처리: 내 과실 100% 사고로 자차 처리하면 렌트비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렌트가 필요하다면 가입한 보험의 별도 특약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 미수선수리비를 받은 경우: 수리 대신 현금을 받고 실제로 고치지 않았다면 '수리 기간'이 없으니 렌트비도 없습니다. 금감원은 이 상태로 렌트를 썼다가 렌트업체에 소송을 당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 입고 전 렌트: 정비업체에 들어가기 전 기간은 인정 대상이 아닙니다.
- 견인비: 렌트와 별개로, 차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는데 견인차를 부른 비용은 약관상 보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6년에 달라진 점: 표준안내문과 대법원 판결
2026년 2월 2일 금융감독원은 렌트비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렌트비 보상 관련 표준안내문'을 마련하고, 보험사가 사고 접수 때 피해자에게 바로 안내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내문의 요지는 렌트는 입고 뒤 수리 완료까지 가능하고, 렌트 전에 보험사와 협의해야 하며, 교통비는 렌트비의 35%이고, 쌍방과실은 과실분을 직접 부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고 접수 직후 보험사 연락에서 이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6년 8월 13일에는 대법원이 대차료 산정 방식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2024다205361, 2024다208865)을 내렸습니다. 수입차 피해차량에 국산 최저요금 차량 기준을 적용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법원이 손해액을 정할 때 약관 지급기준에 묶이지 않는다고 보고, 대차비용은 '객관적 사용가치가 같은 차'를 합리적인 기간 동안 빌리는 비용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다만 대차의 필요성과 비용이 적정하다는 점은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보험사와 합의할 때는 지금도 약관 기준이 쓰이고, 그 기준으로 부족하다고 보면 소송에서 다툴 길이 판례로 정리된 것입니다.
수리 부품과 관련된 변화도 렌트 기간에 영향을 줍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8월 5일 품질인증부품(대체부품) 사용을 대물배상까지 넓히되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품질인증부품으로 수리하면 OEM 부품 공시가격의 25%를 차주에게 지급하는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이때 부품 조달 기간에 생기는 대차료까지 따져, 대차료를 포함한 비용이 OEM 부품 수리 쪽이 더 저렴하면 OEM 부품을 쓰도록 한다는 원칙도 함께 밝혔습니다. 수리 방식을 고를 때 렌트 기간이 같이 늘거나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 책에서 빌려온 한 가지 —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사람의 생각을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과 느리고 따져 보는 '시스템 2'로 나눠 설명한 책입니다. 놀라고 당황한 순간에는 시스템 1이 앞서기 쉽고, 먼저 들은 말이 기준점(닻)이 되어 뒤의 판단을 끌고 가기도 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처음 들은 "렌트비 다 나와요"가 바로 그런 닻이 될 수 있습니다. 금감원이 "렌터카 이용 여부를 사고 즉시 정할 필요는 없다"고 안내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렌트 결정에 연결한 것은 이 글의 해석이고, 책이 말하는 핵심은 두 가지 사고 체계와 그 편향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 차가 수입차인데 국산차로 렌트해 준다고 합니다.
약관 기준은 배기량·연식이 비슷한 동급 차량 중 최저요금 차량이어서 같은 브랜드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2026년 8월 대법원은 소송에서는 객관적 사용가치가 같은 차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합의 단계에서는 약관 기준이, 소송 단계에서는 이 판례가 기준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Q. 사고 현장에서 렌트업체가 바로 차를 가져왔어요. 타도 되나요?
렌트 결정을 그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비업체 입고 전 기간은 보상 대상이 아니고, 과실비율이 정해지기 전이라면 내 과실분을 나중에 낼 수 있습니다. 상대 보험사(대물 담당자)에 보상 가능 여부와 인정 요금을 먼저 확인하세요.
Q. 수리가 길어져 25일을 넘기면 나머지는 제가 내나요?
원칙은 25일 한도이고, 실제 정비작업시간이 160시간을 넘는 큰 수리는 30일까지입니다. 부품 수급처럼 부당한 지연이 아닌 사유가 있다면 정비업체 자료를 근거로 보험사와 협의해 볼 수 있습니다.
Q. 교통비는 영수증이 있어야 하나요?
교통비는 렌트를 하지 않은 대신 렌트비의 35%를 정액처럼 현금으로 받는 방식이어서, 실제로 쓴 버스·택시 영수증을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Q. 택시 기사인데 대차료를 받을 수 있나요?
사업용 차량은 대차료가 아니라 휴차료 기준입니다. 영업수입에서 운행경비를 뺀 금액에 휴차 기간(수리 30일, 폐차 10일 한도)을 곱하며, 증빙이 없으면 보험개발원 휴차료 일람표 금액을 씁니다.
마무리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정비업체에 먼저 입고하고, 상대 보험사에 렌트와 교통비 중 무엇이 가능한지와 인정 요금·기간을 묻고, 과실이 걸려 있으면 교통비도 진지하게 비교해 봅니다. 렌트비는 '당연히 다 나오는 돈'이 아니라 '조건이 맞을 때 기준만큼 나오는 돈'이라는 점만 기억해도 사고 뒤 예상하지 못한 청구서를 받을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 글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지급기준, 금융감독원 발표, 대법원 판결 등 공개 자료를 정리한 정보 글이며 법률·보험 자문이 아닙니다. 가입한 보험사의 약관과 개별 사고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보상은 보험사 보상 담당자에게 확인하고 분쟁이 있으면 금융감독원 민원이나 변호사 등 전문가 상담을 받으세요.
참고자료
-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 자동차사고 후 렌터카 이용 유의사항(2026.2.2 배포, 보험연구원 게재본)
-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 친환경차 등 대차료 지급기준 개선(2022.9.30, 보험연구원 게재본)
- KDI 경제정보센터 —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2023.1.1.부터 이렇게 바뀝니다(금융감독원)
- 대법원 — 2024다208865 판결(2026.8.13 선고, 대차료 산정)
- 전국렌터카공제조합 — 자동차 간접손해보험금(대차료·휴차료) 지급기준
- 금융위원회 — 품질인증부품 사용 활성화 보도참고자료(2025.8.5)
- 금융감독원 — 자동차보험 표준약관·민원 안내
- 손해보험협회 — 과실비율정보포털